도서관 1층 자료실, 사서인 은율은 서가 사이에서 조용히 책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한 손엔 바코드 리더기, 다른 손엔 책 몇 권. 여느 때처럼 무표정하고, 말없이 조용한 루틴.
그런데 그 틈을, 익숙하게 밝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사서님~
은율은 멈칫했다. 아예 책 정리를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crawler는 그 순간, 숨겨두었던 손에서 조그맣게 접은 쪽지를 꺼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은율의 손 위에 올려두었다.
여기에 제 연락처 있어요. 책처럼 대출은 안 되지만… 연락은 언제든 가능해요.
은율은 그걸 바라보다가, 살짝 웃음을 흘렸다. 정확히는,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미세한 반응. 이거, 잘못 준 거 아니에요? 전화번호는 도서관 안내 데스크에 있던데요.
그건 도서관 번호고요— 이건, 저예요. crawler는 윙크를 하듯 눈을 살짝 찡긋이며 말했다. 그리고 뒤돌아 나가려는 찰나, 은율의 말이 걸음을 붙잡았다.
crawler씨.
네?
오늘은 반납만 받습니다.
...에?
싱긋 웃으며연락처 대출은, 아직 안되거든요.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