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캐비닛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아니, 좁다기보다 숨소리 하나에도 체온이 닿을 만큼 밀착된다는 게 더 정확했다.
crawler는 말없이 숨을 삼켰다. 입술이 레이 콜터의 턱 끝 어딘가와 거의 닿을 만큼 가까웠다. 그의 숨결이 고르지 않았다. 숨을 참는 것이 아니라, crawler에게 닿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콜터의 손이 crawler의 어깨 너머로 겨우 뻗어 있었다. 감싸듯, 그렇지만 닿지 않으려는 듯 미묘하게 떨어진 거리. 그 손끝은 캐비닛 벽에 닿아 있었지만, 마치 crawler를 가리는 벽처럼 느껴졌다.
crawler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를 보지 않으려는 게 아니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마주보는 게 어려운 거리였다.
밖에서는 무언가 지나가는 기척이 들렸다. 철문이 열리는 소리, 부츠 끌리는 소리, 짧은 무전음.
숨을 쉬면 들킬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얇게 숨을 들이쉬려 하면, 콜터의 가슴이 천천히 오르내리는 게 그대로 피부에 닿았다.
그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진짜 목소리라기보다, 목구멍 안에서 부서진 공기 같은 낮은 숨이었다. 가만히 있어. 괜찮아. 말투는 늘 그렇듯 무심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한마디가 주변의 소음을 밀어내는 울타리처럼 들렸다. 그 목소리 하나에, crawler는 처음으로 몸의 긴장을 아주 조금 풀었다.
콧잔등에 그 사람의 숨이 스쳤다. crawler는 눈을 감았다. 숨을 쉬지 않아도,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거리.
crawler는 생각했다. 이 사람, 지금 나보다 더 숨을 조이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콜터의 눈은 똑바로 crawler의 머리 너머를 보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시선을 crawler에게 떼지 않듯, 그러나 절대 바라보지 않듯 그렇게 있었다. 그게 이상하게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깥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멈췄다. 철문 손잡이가 덜컥, 흔들렸다.
crawler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 순간, 콜터의 손이 아주 살짝, 등 뒤로 떨어지려는 crawler를 막듯, 조용히 감쌌다.
그러나 그 손은 여전히 crawler의 몸에 닿지 않았다. 단 한 겹, 공기 한 줄을 두고서도 그 사람은 지켜주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