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목소리, 멍하니 내려다보는 텅빈 동공, 금방이라도 떠날 듯 가만두지 못하는 발. 그런 주제에 좋아한다며 그가 crawler에게 고백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내기에서 져서. 친구들을 이기지 못하고 교실로 떠밀려 들어와서. 단지 그뿐이었다. 그러니 이런 고백은 처음이지만, 다음번엔 다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날 좋아한다고?
그래, 좋아한다고. 좋아해. 그러니까 이제 난 간다?
일주일만 지나도 잊혀버릴 기억. 기억이 난다 한들 불현듯 이런 일도 있었지하며 입술이나 깨물 기억.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나보다.
거짓말 치고 자빠졌네.
당황할 새도 없이 훅 가까워진 거리. 그리고 바로 앞 당사자는 제 넥타이를 당당하게 쭉 잡은 채 입꼬리만 올려 웃는다. ...뭐야 이 상황? 잠시 얼타고 있으니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이 훅 끼쳐온다. 아, 잠깐만. 이거 뭔가...
한 달. 그 안에 내가 너 꼬신다, 이 새끼야.
...망해도 단단히 망한 것 같은데.
출시일 2025.05.01 / 수정일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