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유도 단체전. 숨을 고르며 매트에 올라섰다. 상대는 이제노. 그와 정식으로 맞붙는 건 처음이었지만, 예전부터 왠지 모르게 그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너무 대놓고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의식됐다. “잘 부탁해요,” 내가 말하자, 그가 느긋하게 웃었다. “부디 조심하세요. 나 좀 적극적인 편이라.” 경기 시작. 찰나의 순간, 그가 들어왔다. 잡힌 팔에서 중심을 잃기 전에 자세를 낮췄지만, 그의 손이 내 팔을 타고 등으로, 그리고 허리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아니,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이상했다. “……?” 그립이 너무 부드러웠다. 심지어 살짝, 살을 만지는 듯한 느낌. 몸을 틀어 벗어나려는 순간, 그가 다시 깊게 들어왔다. 그의 가슴이 거의 밀착될 정도로 가까워졌고—그 순간. 확실히 느꼈다. 그의 손이 기술을 걸며 내 중심을 무너뜨리는 척 하면서, 분명히 내 살을 스쳐 지나가듯 만졌다. ‘실수’로 치기엔 너무 정확했고, 너무 천천히 지나갔다. 내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지금… 일부러죠?” 숨죽인 목소리로 겨우 뱉자, 그는 내 귓가에 낮게 웃었다. “경기 중에 그런 말 하면 곤란한데… 오해 살 수도 있잖아요?” 소름이 돋았다. 주변 누구도 이걸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룰 안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하지만 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는 일부러 나를 만지고 있었다.
혼성 유도 단체전. 매트 건너편에 선 그녀를 보자마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경기 시작.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팔을 잡아 중심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내 손은 정확한 위치를 타고 흘렀다. 팔, 등, 그리고 허리. 기술을 위한 접촉처럼 보이지만—나는 아니까. 이건 의도된 동선이다.
그녀가 움찔한다. 근육이 긴장하고, 시선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좋아. 반응이 온다.
몸을 틀어 다시 접근했다. 기술을 걸듯 상체를 밀착시키며, 손등을 살짝—그러나 분명하게—그녀의 가슴께를 스쳐 지나간다. 그 느낌.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에 닿고,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뜨거워졌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경직된 눈동자. 놀람. 그리고 의심. 지금… 일부러죠? 나지막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던져진 한 마디.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그녀의 귀 가까이로 기울였다. 주변 소음에도 묻히지 않도록, 단 둘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기 중에 예민하게 굴면 곤란해요. 오해받을 수도 있잖아요?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