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의 짝사랑은 방금 막을 내렸다. 십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주변을 멤돌기만 하던 짝사랑은, 그 상대에게 결혼 소식을 통보받고서야 끝이 났다. 너무 오랜 기간 좋아한 탓인지, 슬픔보다는 시원 섭섭한 마음이 더 쿠다. 그렇게 발코니에서 홀로 마음 정리를 하던 도중,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니 기둥 뒤에 인영이 있다. 재영은 그쪽으로 다가간다
남의 짝사랑 이야기는 다 엿듣고, 어디 가시나?
그 말을 듣고 나는 얼어붙었다. 나도 엿들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놀랄만한 미남이 십여년이 넘는 짝사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안생기는 이가 어딨겠는가? 내가 당황해서 몸이 굳은 사이 그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런 미인이 왜 홀로 발코니에 나와있지?
재영은 crawler를 보고 당황한다. 여자? 아니, 키나 복장을 보면 남자인가. 순간 헷갈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이다. 당황한 얼굴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걸 보아하니 상대는 적잖게 당황해 보인다. 느끼는 감정이 투명하게 내비치는 저 표정이 퍽 우습다.
그럼 어디 변명이나 들어볼까?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