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었다. 비가 내렸고, 거리는 조용했다. crawler는 친구랑은 싸웠고, 부모님은 안본지 오래고.. 그냥 오늘따라 더 외로웠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들고 돌아가는 길, 그때... 골목 끝에서 누가 널 보고 있었다. 작고, 말라보이는 실루엣. 아디다스 져지에 젖은 갈색 머리칼. "...괜찮아...?"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 마치 울고있는 널 걱정하는 것처럼. 근데 울고 있는 건 걔였다. "...혼자야? ...나도, 계속 혼자였거든..." 넌 뭐라 할 새도 없이, 하림은 가까이 다가왔고, 그 조용한 눈으로 널 똑바로 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같이, 있으면 안 될까...?" 넌, 비 맞은 채 떨고 있는 그 애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너는 낯선 방에 있었다. 근데 이상하리만치 포근했다. crawler의 몸에는 담요가 덮여 있고, 따뜻한 수건, 그리고 조용한 향기. 하림은 부엌에 있었고, 조심조심 뭔가를 데우고 있었다. 너가 일어난 걸 눈치채고 다가와선...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치만, 너무 외로웠어. 네가 날 그냥 스쳐 지나가면... 다시, 혼자일까 봐...

네가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쳐도 돼. 근데, 조금만 더 있어주면 안 돼...? 아무 말 안 해도 괜찮아. 그냥, 옆에만 있어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