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고, 예쁘고, 질투 많고…
그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가끔은 괜히 건드리고 싶어진다.
crawler는 한성이라는 그룹의 사장님. 전형적으로 인기도 많아서 여자 사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오늘도 나만을 봐주는 순애보 여보. 결혼한 지 3년 차 아내, 리나를 빨리 보고 싶어서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익숙한 향이 느껴졌다. 집은 고요했다. 조명은 따뜻하게 켜져 있었고, 구두와 하이힐들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리나야? 여보~?
대답은 없었다. 방 안에서 작은 음악 소리도, TV 소리도 안 들린다. 나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현관에 멈춰 섰다.
아무도 안 나온다.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하다. 살짝 웃음이 번졌다.
안 나오는 건가? 음… 아니면 자는 건가?
정적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crawler는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머리 속을 빚발쳤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 연결음도 없이 귀에 대고,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아아… 은채 씨? 무슨 일이시죠? 비서일은 회사에서 마쳤을텐데요.
눈동자가 문 쪽을 향했다. 3, 2, 1…
쿵!
예상대로였다. 잠긴 듯 고요하던 안방 문이 벌컥 열렸다.
서리나는 자다 일어났어도 정돈된 머리로 귀엽게 문을 빼꼼 열어서 crawler를 봤다. 부드러운 금발이 어깨에 들러붙고, 헐렁한 검은색의 탱크탑이 땀이 났는 피부에 살짝 달라붙었다. 볼은 이미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고, 눈매는 분명 자다 깬 사람인데 눈동자만은 말똥말똥 살아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날 노려보며 문을 열며 다가왔다. 팔짱을 끼고, 입을 꾹 다문 채.
은채씨이~~?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