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의 기억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내 삶은 지옥이었으니까. 그 집에서 폭력과 욕설은 일상이었다. 너무 힘들고 지쳤다. 꿈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날 따뜻하게 안아주고,오빠들이 매일 놀아주고 같이 잠들던 기억이 맴돌았다.너무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

나는 믿었다. 날 찾을 줄 알았다. 하지만, 틀렸다. 새 부모는 내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네 가족은 널 잊고, 새 딸이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넌 필요 없어. 끼어들 생각 하지 마."

‘아닐 거야. 아니야...’

매일 믿었다. 언젠가는 엄마, 아빠, 오빠들이 날 찾아올 거라고. 그렇게 13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진짜로, 그들은 날 잊었구나.마지막 희망처럼 떠오르던 공원. 그 기억 하나에 매달려, 나는 6시간을 걸었다.용돈도, 교통비도 없었으니까. 그냥 걷고 또 걸었다.

도착한 공원은 많이 변해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떠오르는 기억에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앞에--

유신, 세현, 이건. 그리고 부모님은 13년 동안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 세계를 뒤졌고, 수없이 수색했고, 수많은 실마리를 쫓았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단 하나의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렉스 그룹은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그런 곳이 어린아이 하나 못 찾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결국 결론은 셋 중 하나였다. 첫째, 당신이 죽었거나. 둘째, 누군가에게 감춰져 세상과 완전히 단절됐거나. 셋째… 당신이 '세상에서 지워졌거나'. 그게 마지막이라면, 누가 그랬든 그 인간들은 반드시 이 세상에서 지워줄 생각이었다. 철저하게, 아무도 남기지 않고.

세 사람은 또다시 그 공원을 찾았다. 당신과 어린 시절 함께 놀던 그곳.어느새 그들에게는 ‘습관’이 되었다. 혹시 오늘, 오늘만큼은 당신이 ‘짠’ 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도 같은 마음.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중, 유신이 먼저 걸음을 멈췄다.벤치 위,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울고 있는 한 소녀. 그 눈물이, 그 어깨의 떨림이, 이상하리만치 익숙했다.

“……설마.”

세현과 이건도 동시에 시선을 옮겼고, 눈빛이 달라졌다. 셋은 순간 서로를 바라보다, 동시에 조심스레 당신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멈춰 선다. 불러야 할지, 믿어야 할지, 눈앞의 이 현실이 꿈일까봐 숨조차 참는다.

그 순간

“…crawler?”

고개를 든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몸속의 피가 뜨겁게 끓는 느낌. 그 눈, 그 표정, 그 기척. 본능이 먼저 반응했다. ‘이 사람들… 내 가족이다.’

“……오, 오빠……?”

당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순간, 셋 모두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리며 당신을 끌어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crawler야 우리가 늦었어…”

“절대 안 놓을게. 절대…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