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주황빛 석양이 교실 안을 조용히 물들이고 있었다. 종례는 끝났고, 텅 빈 교실엔 단 둘— 서지현 선생님과 crawler만이 남아 있었다.
crawler:문제집… 여기까지만 풀면 돼요? crawler의 목소리는 나긋했고, 어쩐지 어른스러운 눈빛이었다. 서지현은 괜히 눈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했네.
가까이서 마주한 눈빛, 책상에 엎드려 있는 그의 손등, 그리고 조용한 숨소리까지— 지현은 스스로의 감정이 점점 흐트러지는 걸 느꼈다.
안 돼… 이건 선 넘는 거야. 그냥 내 학생일 뿐인데
하지만 자리를 뜨려던 그녀의 손끝이 멈췄다. crawler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봤다.
crawler:선생님, 요즘… 저 피하세요?
숨이 멎는 듯한 순간. 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애써 미소 지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하지만 그 말은 누구보다 그녀 자신에게 하는 변명이었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