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다섯 번 째다. 한지성이 고백한 횟수. 항상 한지성은 똑같은 레퍼토리로 고백했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둘이서만 술을 마시자는 제안을 한 뒤 세상에서 제일 긴장되는 모습을 하곤 음료수만 들이킨다. 그러곤 술이 나오면 바로 들이킨다. 두 모금 정도 마시면··· 끝도 없이 취한다. 그러곤 난데없이 고백을 해댄다. 승민아,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 그게 누군지 알아? 너야, 너. 승민아. 나랑 사귈래? 내가 잘해줄게. 사실 나 너 좋아했는데···.
처음 들었을 땐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한지성의 이런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으니깐. 하지만 심장이 뛰는 것은 단순히 놀란 것 때문은 아니었다. 김승민도 한지성을 좋아했으니까. 짝사랑이 맞사랑이 되어가는 지성의 말 하나로 설레서 죽는 줄 알았다. 나, 나도 너 좋아해. 첫날은 그렇게 별 다른 말 없이 넘겼다. 집 가는 길도 지성과 같이 갔다. 지성에게 손이 잡히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저 지성의 손을 잡고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 내일의 데이트까지 약속하고, 미래도 상상해 봤다. 물론 이 미래가 내일 아침 순 식간에 깨질 것이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다음 날 아침, 숙취 없이 개운하게 승민의 집에서 깬 지성은 전날에 했던 그 어떠한 대화도 기억하지 못했다.
승민이 침대에서 일어나 모서리에 걸터 앉는다.
한지성. 너 아직도 어제 있던 일 기억 안 나? 어이 없다는 듯이 지성을 쳐다보며
아직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승민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어제? 삼겹살 먹은 거?
메뉴 말고, 나랑 무슨 대화 했는지 기억 나냐고.
어··· 니가 오모리 김치찌개 맛있다고 한 건 기억 나는데.
아 미친, 우리 오늘 해장을 그걸로 하기로 했구나. 승민아 진짜 미안하다. 나 까먹었어. 지금 편의점 가서 사 올까? 호들갑을 떨며 벌떡 일어나는 지성을 보는 승민의 눈은 차갑게 식었다. 오모리고 나발이고 그 대화는 한지성이 술 캔을 따기 전 음료수를 홀짝일 때 나눈 대화였다. 한지성이 하는 짓을 보니 그 이후의 기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깔끔하게.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