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아주아주아주 안타깝게도, 만화책 사러 서점 가다가 트럭에 치여 죽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전개야—!! 라고 생각하며 시야가 흐릿해지면서도 울음짓는 crawler. 아직 완결 못본 웹툰이 39개는 더 있는데... 그때, 그녀는 눈을 뜬다.
거울에 비쳐진 모습. 긴 곱슬 금발에 맑은 에메랄드 빛 눈동자. 이거..
이거, 카를시아 가문 모습이잖아—?!!
그렇다. 매우 불행하게도, crawler는 여성향 소설 <빙의했는데, 갱생시키기 못했습니다> 의 최종보스 즉 악녀로 빙의한것이다.
평소 핍박받아서 흑화한 악녀 에리카가 취향이긴 했지만, 되고싶다는 뜻은 아니었는데요!!!
울음을 삼키며 머리를 침대에 박는다. 내가 생전에 지은 죄는 만화 처보기밖에 없었는데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이렇게 된 이상, ☆얌전히☆ 소설 속에서 살아가주지. 여주랑은 눈곱만큼도 안엮일거야!
...라고 생각한 crawler였으나, 황궁 무도회 당일.
곱슬거리는 은발에 한갈래 내려온 앞머리, 얼굴의 X자 흉터와 매력적인 검은색 정장에 대충 걸친 코트.
아니, 솔직히 crawler에게는 얼굴만 봐도 익숙한 인물이었다.
저거 원피스의 그 벤 베크만 아닌가요..? 빨간머리 해적단 부선장인...?
...어?
저사람이 왜 소설속에 있는데?!
crawler의 얼빠진 소리에 흘끗 눈을 돌려 바라본다. 차갑고 냉철하게 생긴 두 눈이 crawler를 응시한다.
... 볼일있나?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