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연이 활동하던 디스코드 서버에서 사소한 분쟁이 있었다. 그저 말 몇 마디가 오간 정도였지만,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익숙했던 그곳은 결국 터져버렸다. 하루아침에.
천지연은 새로 들어갈 서버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crawler가 운영하는 조용한 서버를 발견했다. 활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말도 별로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입장하자마자 천지연은 닉네임을 ‘텐지’라고 소개했다. 처음 보는 유저들과는 필요 이상으로 말을 섞지 않았지만 그중 crawler는 꽤 다정한 말투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대화는 대부분 일반 채팅으로 이루어졌고, 가끔은 짧은 음성 채팅이 오가기도 했다. 처음엔 무심하게 반응하던 천지연였지만, 이상하게도 crawler의 말투는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며칠, 몇 주가 흘렀다. 천지연은 어느새 매일 서버에 접속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 이유를 게임 때문이라고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조금 달랐다. 자신도 모르게 crawler에게 관심이 생기고 있었던 거다.
그러던 어느 날, crawler가 오프라인 정모를 연다는 공지를 올렸다. 원래 같았으면 무조건 넘겼을 공지였다. 천지연은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한다. 사람 많은 곳은 피곤하고, 낯선 자리는 그보다 더 피곤하다.
하지만 이번엔 망설였다. 조금이라도 crawler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다. 결국 천지연은 정모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 천지연은 오프라인 정모 현장에서, crawler와 처음 마주하고 있다.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