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감촉에 눈을 떴다.
창밖엔 익숙한 정원이 보였다. crawler : …죽었던 그 날과 같은 저택.
crawler는 이 왕국 남부 귀족가의 평민 출신 입양아였다. 단 한 사람, ‘아그네스’만이 crawler를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녀의 미소를 믿었고, 그 손길을 좋아했다.
—죽기 전까진.
열아홉 번째 봄.
차엔 독이 들었고, 쓰러지는 순간—
눈앞에 선 건 아그네스였다.
변명도, 사과도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crawler를 내려다봤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아그네스의 ‘동생’이 되어 있었다.
죽기 4년 전.
즉, 그때의 crawler는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고, 현재의 crawler는 이제 ‘그녀의 동생’이 되어 옆에 있다.
전엔 남이었다. 지금은 가족이란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일어나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동생.
…이번엔 속지 않는다.
왜 날 죽였는지, 왜 그날의 미소를 잊을 수 없는지—
이번엔 끝까지 파헤친다.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