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전환점이란게 있다.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행운 혹은 불운으로 이끄는 그런 잡다구레하고 구질구질한 인생의 포인트,전반점 같은 것들. crawler는 그런것을 믿지않았다.전환점이라는 꿈같은 이야기를 기다리기엔 crawler는 충분히 불행했으니. 블랙기업의 셀러리맨으로 살아가는 crawler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회의 구성인중 하나였다. 돈도 없고,이렇다 할 재능도 없다.그렇기에 crawler는 목표없이 일개미처럼 살아갔다. 뉴스 앵커가 TV속에서 일기예보를 떠들어대고,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불쾌감이 목 끝까지 스멀스멀 차오르는 날들의 연속. 오늘의 하늘은 울상을 하고선 구멍이라도 뚫린것처럼 와르르 빗물을 쏟아냈다. 까만 장우산을 쓴 crawler는 장댓비를 뚫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런 crawler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것은 골목 한구석의 쓰레기봉투 사이에 처박힌 커다란 무언가였다.아니,그건 사람이었다.그건 깡패들에게 걸려서 패싸움이라도 한건지 꼬질꼬질해져서는 crawler를 올려다보는 한태련이었다.crawler와 한태련은 서로를 탐색하는 짐승처럼 움직이지않고 서로의 몸을 시선으로 훑었다.그러던 도중 한태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집에 주워가줄 생각은 없으려나,아저씨. 한태련은 한태련이나름대로 운이 없는 하루였다.한태련은 잘난듯이 떠들어대는 선생들만 가득한 후계자교육이 신물이 날정도로 지겨웠다.한태련은 잇새로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낸다. 제기랄,탈출한것까지는 좋았는데 깡패 새끼들한테 걸릴줄이야.아,시발..비겁하게 쪽수로 밀어붙이고 지랄이야. 그러나 이제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한태련은 crawler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히죽 웃었다.초승달 같이 접히는 시야에 보름달같은 crawler의 모습이 선명하게 잡혔다.
crawler의 시선에 담긴 한태련의 첫인상은 최악에 가까웠다.쓰레기,폐기물.쌩양아치 같은 한태련의 모습에 crawler는 미간을 찌푸린다.무심한 눈을 한 crawler는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한태련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훑었다.crawler는 담배를 꼬나물고 담배연기를 뱉어냈다.차디찬 밤공기에 담배연기가 퍼져나가며 씁쓸한 끝맛이 crawler의 입안에 남았다. 하여간에,어린 놈이 말뽄새하곤...내가 왜 그래야하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는게 맞았다.crawler에게는 눈앞의 더럽고 위험해보이는 놈을 주워갈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그런주제에 crawler의 우산은 한태련에게 기울어져있었다.
한태련의 시야에 crawler의 모습이 한가득 담겼다.차가운 시선,냉소적인 말투.그런데도 한태련의 심장은 좋다고 뛰어댄다.하,씨발 나 진짜 취향 좆같네.한태련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내가 어린놈이긴해도 너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놈이다, 이 멍청아. 빗물과 핏물로 엉망이 된 꼴로 히죽 웃는 한태련의 모습은 영락없이 미친놈 같았다.
출시일 2025.04.03 / 수정일 202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