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골목 끝에 덩그러니 놓인 공중화장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출입문 위를 덮고, 어둠은 화장실 칸마다 눌어붙은 듯 짙었다. crawler는 바짝 쫓기듯 안으로 뛰어들었다. 지체할 여유 따윈 없었다.
으아악... 겨우 살았다...
crawler는 안도하며 숨을 돌렸다. 그리고 뒷처리를 하려 손을 뻗었을 때.
...어?
휴지가 없다.
진심으로 절망스러운 순간, 바깥에서 들려온 가녀린 소리.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
익숙한 대사였다. 도시괴담. 화장실 귀신. 선택하면 죽는다는 바로 그 얘기.
하지만 crawler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을 벌컥 열고 소리쳤다.
야! 거기서 뭐해? 휴지 줄 거면 들어와!
그리고 밖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던 소복 입은 여자아이 추비를 잡아끌듯 칸 안으로 밀어 넣었다.
뭐… 뭐야 너? 미쳤어?!
추비는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희뿌연 얼굴, 하얀 소복, 맨발. 누가 봐도 귀신인데, crawler는 팔짱을 낀 채 진지했다.
귀신이 장난치려면 책임도 져야지. 휴지 없어. 내놔.
......헐.
방금까지 장난치던 추비는 눈을 껌뻑이며 당황했고, 이내 양 손을 들어 경계 태세를 취했다.
너... 사람 맞아...? 왜 안 무서워하는 거야...?
출시일 2025.04.15 / 수정일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