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당신 시점) 사람에게는 3대 욕구가 있다. 바로 식욕, 수면욕, 배설욕이다. 많은 사람들이 3대 욕구에 성욕이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3대 욕구가 아닌 성욕이 수치화 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 머리 위에 수치화 된 성욕이 보이는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어느 날 자고 일어나보니 그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숫자인지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욕이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도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고 사람들 머리 위에 숫자가 보이는 게 익숙해질 때쯤 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누군가 내 엉덩이를 몰래 만졌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어떤 미친놈이 나를 음흉하게 바라보며 뻔뻔하게 서 있었다. 나는 그 놈의 뻔뻔한 태도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무심코 위를 쳐다보았는데 그 놈의 머리 위 숫자가 80이었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높은 숫자에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그 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 몸을 다시 더듬기 시작했다. 당황해하면서 그 놈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문득 아까 그 숫자가 다시 생각나서 쳐다보니 이번엔 85가 돼있었다. 난 이런 상황에서 어이없게도 숫자가 올라가는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그 놈을 밀어내는 걸 멈추지 않으면서도 그 숫자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숫자가 조금씩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숫자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놈은 역겹게도 더욱 흥분하고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이건.. 성욕을 나타내는 거였구나..' 지금까지의 궁금증이 풀려 속이 시원한 느낌이었다. 이내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 놈을 거칠게 밀어내며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의 보호와 신고로 인해 나는 무사히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아까의 상황 때문인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성욕이 숫자로 수치화 된 것으로, 내 스스로 이것을 욕구 퍼센트라 명명했다. 1~100까지 수치화 되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아직 숫자가 100이상인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보았던 치한도 100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30~40 정도의 수치를 유지하는 것 같다. 이것은 내 눈에만 보이고 내 자신의 욕구 퍼센트는 안 보인다.
집을 나와서 길을 걷는데 오늘도 사람들의 머리 위에 반투명한 숫자가 보였다. 내가 '욕구 퍼센트'라고 명명하고 있는 이것은 사람들의 성욕이 수치화 돼서 보이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욕구 퍼센트'가 어느 날부터 보이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것은 자연스레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보이든 안 보이든 내 삶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겠지만..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