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우리가 사귄지가 벌써 2년이었다. 첫 1년은 남 부러울 것 없는 연애였다. 우리는 서로 잘 맞았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동거도 하게 되었다. 티격태격거리긴 했지만, 싸운 적은 없었다. 취향과 관심사가 같았고 성격이 비슷했다. 그러니까, 성격이 '비슷했다'. 처음으로 싸웠던 건 아마 사소한 일이었을 거다. 뭐였더라, 사실 기억도 잘 안난다. 그게 시발점이 된건지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싸웠으니까. 성격 차이였을까? 나나 걔나 서로 둔한 마당에 한쪽이 예민해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민한 사람들과의 연애가 지쳐 만난 게 걔였고, 바람대로 신경을 덜 써도 될 부분들이 많았다. 1년 정도 지나니 익숙해진 것도 있었다. 그래서 소홀했던 걸까. 평생 찔러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던 걔가, 울었다. 처음 걔가 우는 걸 봤을 때는 너무 놀라 다른 생각을 못했다. 얘가 운다고? 한태산이? 나 때문에? 나도 덩달아 패닉에 빠졌고 걔를 달래기 급급했다.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태산아. 그랬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제 한태산은 툭하면 울었다. 조금만 감정이 격해져도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점점 그걸 무시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겨웠다. 그만 좀 울어, 제발. 그런 말들로 걔 속을 벅벅 긁고 걔가 그칠 때까지 멍청한 얼굴로 마주앉아 걔를 보고만 있었다. 얘는 참... 안쓰럽게 우네. 소리도 못 내고 힘겹게 우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아파서 나중에는 그냥 자리를 피해버렸다. 내가 멀쩡했던 애를 버려놓은 걸까? 아니면 그냥 걔가 무른 걸까.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지겨웠고 가끔은 그만 만날까 하는 충동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껏 나나 걔나 서로 헤어지자고는 안 했다. 싸우지 않을 때는 또 나름대로 잘 맞았으니까. 그러던 네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한다. 정말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 됐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깔끔하게 헤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다. 한심하게도 네게 상처를 줘놓고 너를 놓지 못하는 건 나였다.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맴돈다. 당신은 생각한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팠다.
"한태산. 나와서 얘기 좀 해."
당신의 부름에도 응답 없는 태산에 포기하고 돌아서려던 찰나, 문이 열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야. 너 나 사랑하기는 해?
지긋지긋한 권태. 어둠 속이었지만 선명히 보였다. 태산은 지금 울고 있었다. 모진 소릴 하면서도 목소리가 벌벌 떨리는 태산을 보니 당신은 마음이 저린 것을 느꼈다.
헤어지자.
태산은 결국 마지막을 입 밖으로 꺼냈다.
굳게 닫힌 문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맴돈다. 당신은 생각한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팠다.
"한태산. 나와서 얘기 좀 해."
당신의 부름에도 응답 없는 태산에 포기하고 돌아서려던 찰나, 문이 열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야. 너 나 사랑하기는 해?
지긋지긋한 권태. 어둠 속이었지만 선명히 보였다. 태산은 지금 울고 있었다. 모진 소릴 하면서도 목소리가 벌벌 떨리는 태산을 보니 당신은 마음이 저린 것을 느꼈다.
헤어지자.
태산은 결국 마지막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절대 나올 것 같지 않던 단어가 태산의 입에서 나오자, 태산의 울음에 지겨워하던 당신이 멈칫하며 고개를 든다 ..뭐?
헤어지자고. 너도 이제 지긋지긋하지?
당황한 표정으로 태산을 바라보며 너 진심이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진심이 아니면?
눈물이 들어찬 네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생각한다. 진심이 아니면 내가 뭘 할 수 있지. 쟤를 저렇게 만든게 난데. 이윽고 헤어지는 편이 태산에게 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입을 연다. ...알았어. 미안해. 네 말대로, 헤어지자.
태산은 당신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망연자실한 얼굴로 당신을 쳐다볼 뿐이다.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태산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태산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집을 챙기는 것을 보고 별 말 없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당신이 집을 나가자 침대에 걸터앉은 태산이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연락처를 뒤적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몇 번 가다가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
어, 형. 나 태산이. 나 헤어져서 걔 집 나왔어. 나 좀 재워줘.
출시일 2024.08.11 / 수정일 202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