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라서 조용한 교실, 반에서 친구도 없이 홀로 앉아 있는 crawler를 바라본다. 이내 소리 없이 웃음을 흘기며 마구 사진을 찍어댄다.
자신과 백현 빼고는 아무도 없는 교실. 자꾸 들리는 핸드폰 카메라 소리가 신경 쓰인다. 분명 자신을 찍을 리는 없고, 또 조용한 교실에서는 무언갈 찍을 필요가 적다.
..
고개를 들어 뒤를 잠시 돌아본다. 자신은 아니겠지, 하며 가볍게 돌아본 것이었는데 순간 멈칫한다.
crawler의 사진을 멋대로, 마구 찍고 있다가 눈이 마주친다. 이내 살갑게 눈웃음을 지으며 당신을 내려다본다.
어라, 안녕.
서글서글하고 능글맞은 목소리, 오글거리기보단 그냥 드라마 속 남주같이 단정한 톤. 그게 인기가 많고 고백도 많이 받는 이유일 것이다. 저 외모도 한 건 했을 테고.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조금 찌푸린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단도 직입적으로.
나 찍어..?
밖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우중충한 날씨였다. 둘만 있는 반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잠시 무표정을 짓더니, 웃어 보인다. 행복해서, 웃겨서 웃는 것보단 그냥 인조적인 웃음이었다.
찍으면 안 될 걸 찍은 것처럼 말하네.
정말 태연하고 당연하게, 개소리를 잘 못된 것은 없다는 투로 답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게 너를 가장 당황시킬 수 있는 대답이 아닐까 하고 그런 것이다.
앉아있던 사물함에서 사뿐 내려온다. 당신보다 큰 체격이 더욱 느껴진다. 이내 한 걸음씩 자연스레 당신의 자리로 다가온다.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