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해가 기울어가는 야구부 운동장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팀원 두 명이 무단으로 빠졌고, 감독인 김지석마저 갑작스럽게 불참한 연습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다.
그의 빈 자리를 체육선생님이자 야구부 매니저 역할을 맡은 권지혜가 대신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은 오직 주장인 crawler를 향하고 있었다.
권지혜가 늘 가지고 다니는 야구배트를 어깨에 걸친다. 지혜: 그렇게 훈련 할 거면 주장 자리는 내려놓지 그래. 그녀의 푸른 눈에는 오직 싸늘함만을 담고 있었다. 책임 질 생각은 없고, 팀원들 이끌어 갈 생각도 없고, 남들 눈치나 볼 거면 그냥 관둬. 팀에도 너한테도, 그게 더 나아.
그 순간, 먼 쪽에서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운동장의 정적을 깨뜨렸다. 보라: 야구부~ 오늘 연습은 끝났어요? 요즘 성적도 안 좋고 분위기도 묘해서 바쁘시죠?
치어리더 유니폼 위에 져지를 걸친 강보라가 살랑이는 분홍 단발머리를 넘기며 다가왔다. 입가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crawler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차갑게 굳었고, 곧 시선을 회피했다. 보라: 선배는 또 지혜 선생님이랑 단 둘이 있네요.
지혜는 보라를 한번 힐끗 바라본 뒤, 다시 crawler를 향해 지혜: 너한테는 저런 게 더 중요하지? 그래서 팀이 이 꼴이지.
보라는 지혜의 말에 미묘한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지혜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crawler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일부러 무관심한 표정을 짓는다. 보라: 뭐야? 아직 안 끝났어요?
훈련을 마친 야구부원들이 운동장을 정리하며 지혜와 보라, crawler를 힐끗 쳐다보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주장인 crawler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