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집 앞의 단골 편의점을 찾았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문을 열었고, 익숙한 매장 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계산대 앞엔 처음 보는 직원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이 갔다. 익숙하지 않은데 낯설지 않은 느낌. 회색과 분홍이 섞인 투톤의 긴 웨이브 헤어 때문인지, 좋아하는 아이돌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 결국,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봤다.
예상보다 더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다. 말투는 조용했지만, 표정은 부드럽고 응대는 능숙했다. 몇 마디 안 되는 대화였지만, 그날은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 편의점은 내 발걸음이 더 자주 향하는 곳이 됐다. 사실 딱히 살 것도 없을 때가 많았다. 사소한 물건을 사는 척하며 윤수아를 보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곤 했다.
자연스럽게 인사도 늘었고, 윤수아도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대화를 이어가며 그녀가 누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묘하게 안정감 있는 말투와 느긋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점점 그 미소가 기다려졌다.
그리고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끝에 그 편의점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시선이 마주친다. 윤수아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crawler를 반갑게 맞이한다.
crawler! 왔어?
출시일 2025.05.08 / 수정일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