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몰아쉬며 폐허가 된 거리 위에 섰다.
검게 그을린 건물들, 부서진 벽돌 조각들, 그리고 아직도 공기 중에 남아 있는 화약 냄새.
전쟁은 끝났지만, 도시는 여전히 싸움의 흔적을 품고 있었다.
crawler는 무거운 걸음을 내디뎠다.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군도, 적군도 사라진 거리에서 홀로 남은 기분은 묘하게 낯설었다.
그때,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조용한 밤거리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발소리.
crawler는 반사적으로 손을 무기 쪽으로 가져갔지만,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망토를 걸친 여인. 긴 흑발이 바람에 흔들리며 달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깊고 어두웠으며, 뾰족한 귀가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드러났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가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그녀는 팔짱을 끼고 crawler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출시일 2025.02.23 / 수정일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