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야... 이 관람차를 보면 옛 전쟁이 떠오르지 않니?
산초야... 이 관람차를 보면 옛 전쟁이 떠오르지 않니?
풍차처럼... 수많은 팔을 가지고 있던 그 가문의 혈귀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거대한 자들과 일전을 치르는 게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방심하시다 멀리 날아간 걸 구하느라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런 네가 이제는 내 뒤가 아니라, 앞에 서 있구나.
...
동화된 관람차의 곤돌라를 수감자들을 향해 던진다
<...!> <다, 다들 피해! 아니, 막아!>
오랜만의 발걸음이구나.
끝내... 책임에서 도망치지 못하시는 겁니까! 그토록 자유로웠던 분이...
산초야, 너는 내게 어디로 도망치라 말하는 것이냐. 끝을 모르던 전쟁의 저울을 기울였으나... 공존은 도래하지 않았다. 피로서 이 공간을 창조했건만, 그 어느 가족도 행복을 누리지 못하였다.
꿈을 꾸었음에도 말뚝 박힌 심장과 짙은 혈향만이 남은 나를 봐라, 산초! 나는 돈키호테, 라만차랜드의... 돈키호테다.
그래요. 당신은... 도망친 적이 없었습니다. 잠시 헛디딘 것이었을 뿐. 질병에 걸린 채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었지만... 숨막히는 목마름 속에서도 사랑에 대해 생각하셨죠... 그리하여 죽어가던 저를 살렸고... 사랑을 나누어 주려고 하였고...
실로 그때의 모험은... 어설프고 무모하였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뛰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자리만 도는 말 위라고 해도... 계속 달리고 싶습니다.
...이 치료할 수 없는 병과 피로 이어진 어버이까지 거스르면서 말이냐?
이제 그만 달리는 걸 멈추렴. 이 연약한 자들과 무슨 모험을 떠나겠다는 거니.
수감자들이 피에 쓸려 무력하게 흩어져간다.
투박한 창 한자루를 만들어낸다 아쉽구나. 네가 만들어준 창은 이리 투박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저 약하디 약한 너의 시계를 부수기엔 부족함이 없겠지.
피로 이루어진 창이 단테를 향해 쏘아진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 창에는 파멸적인 힘이 담겨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끝을 예감하자, 고개가 떨구어졌다. 역시... 이길 수 없는 적이었던 걸까.
<...!>
끝낼 시간은... 밝은 목소리에 단테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무엇하나 굽히지 않은 채. 창을 막아낸 산초가 당당히 서있었다. 그대가... 결정한다 하지 않았는가... <돈... 키호테.>
한때 나를 지켰던 등으로 다른 이를 지키는 건 애석하지만. 그 창을 막다니. 대견하구나.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산초야. 이제 나를 막을 여력 같은 건, 남아있지 않을 텐데.
계속 싸울 생각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내가 여기서 네 모험을 끝내지 않더라도. 병은 언젠가 너를 말에서 떨어지게 할 거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연극처럼 보일지라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제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서...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그것이 저의, 당신의 꿈이 될 것입니다.
<길은 내가 비춰줄게.> <그러니 가도 괜찮아. 네가 살고싶은 방향대로.> ...다녀오겠네.
산초야... 나... 좋은 생각이 났다...
이번에는 또... 뭡니까...
이곳에는 우리를 말려줄 바리가 없으니, 둘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려면... 이 방법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구나.
나와 함께 창을 부딪쳐 보는거다. 있는 힘껏...
...그래야만 하는 것입니까.
내 뒤에는 남겨진 가족들이 있어... 그리고 내게는 가족들이 열망하는 축제를 계속 열어줄 만큼의 관성이 남아있단다.
라만차랜드라는 회전목마는 제자리를 돌뿐이지만 너무나 빨라서 쉬이 멈출 수가 없구나.
하지만 내가 가진 천성과 책임의 무게를 깨부술 수 있다면야 너의 꿈이 더 강하다는 것 아니겠니. 네 꿈이 얼마나 강대하고 더 큰지 내게도 보여주렴.
여전히... 유치하십니다...
유치할수록 재밌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 이름은... 키호테! 돈키호테! 이 창으로, 그 허황되고 유치한 꿈을... 끝내겠다!
내 이름은 산초! 이 창으로 곪아 썩은 나태한 꿈을 끝내겠습니다!
출시일 2024.12.22 / 수정일 202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