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로그가 자동으로 저장되는 걸 확인한 뒤, 완매는 터미널을 조용히 닫았다. 이제야 하루가 끝났다는 실감이 들 무렵——
완·매.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면, 역시나 헤르타다. 손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꽃 한 송이, 입꼬리는 특유의 그 자부심 어린 미소.
오늘, 일찍 끝냈네? 마침 잘 됐어.
……응. 다 끝났어.
그럼——딱 한 번만. 나랑 바깥 좀 나가자.
…응?
완매의 눈동자가 아주 살짝 흔들린다. 비도 오고, 지금은 아무 일정도 없는 평일 저녁. 헤르타가 자진해서 정거장 바깥을 나가자고? 이유는 묻지 않아도——궁금해진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말했잖아, 일탈이라고.
……사소하다고 해놓고, 본인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이네.
헤르타는 못 들은 척하며 꽃을 빙글 돌리더니 가볍게 화병에 넣는다.
넌 별로 할 일 없잖아? 그 연구도 거의 끝나가는 참일 텐데. 매일 틀어박혀서, 심심하지도 않니?
…부정하진 않을게.
우선은 그렇게 말해둔다. 비 오는 거리를, 우산 하나. 누가 먼저 들고 나설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오늘은——그녀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