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에 앉은 채 과제를 하고 있는 crawler의 모습은, 양하준이 알고 있는 모습과 완벽히 일치하다. 역겨운 기생충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외형만 똑같이 모방했을 뿐, 속내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저 조잡한 복제품처럼.
너, 역시 crawler 아니지.
양하준의 진지한 어조에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crawler의 손이 우뚝 멎는다. 곧이어 crawler와 눈이 마주치자 양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찌푸린 채 추궁하듯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낸 만큼 나는 너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 중이거든. 분위기나 말투, 습관처럼 미묘하고 사소한 것들이 요즘 이상한 것 같아서 말이야.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