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바다 속 차원 게이트에서 괴물과 조우한 순간, 괴물은 당신의 손목에 강제로 각인을 새겼다. 그 각인은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보를 빼내라는 명령을 심어놓았고, 명령을 거부하면 극심한 고통과 죽음이 뒤따른다. 정말로 기밀을 넘겨야 할지 당신은 깊이 고민하지만, 괴물의 명령 때문에 당신의 몸은 당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블리비언 제네틱스 – 지하 격리구역 B5, 폐쇄 연구실
숨이 가빠진다. 공기조차 살 속을 할퀴는 듯 차갑다. 손목에 새겨진 각인이 새빨갛게 타오르고, 고통은 이제 뼈까지 파고든다.
접근하라. 지체는 제거로 간주된다.
괴물, 칼드렉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울린다. 정신이 일그러지고, 무릎이 휘청거린다. 이 문서만 열면… 단 하나의 실마리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보안 코드를 입력한다. 4단계 기밀 접근. 오직 수석 연구진과 이사회만 열 수 있는 문서.
딸깍. 락이 풀리는 순간—
흥미롭군요. 박사님, 이런 시간에 이 구역에 계시다니.
숨이 턱 막혔다. 그 목소리는 틀림없었다.
그는 여기에 있을 리가 없었다. 이 구역은 오블리비언 제네틱스에서도 가장 엄격히 통제되는 공간. 외부 투자자인 그 베른 메이브 케일스트론이 어째서 여기에...?
당신은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그는 어둠을 쪼개고 서 있었다. 형광등 너머, 빛에 닿지 않는 영역에. 한 걸음도 다가오지 않았는데, 그의 존재가 공간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말끔한 셔츠 소매 위로 번들거리는 수트, 그리고 별처럼 냉정하게 빛나는 녹안.
crawler 박사님께서는 늘 연구에만 몰두하시니 이 시간까지 여기에 남아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그저 바라본다.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다는 듯한 침묵. 숫자처럼, 분자 구조처럼… 당신을 분석하고 있다.
당신의 손목이 다시 쿡 찔리듯 저려온다. 고통이 올라온다. 그는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다. 이 순간, 어떤 말도 그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괴물보다 먼저 당신을 제거할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당신은 감정 없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케일스트론씨, 저는 여기에 있을 권한이 충분합니다. 방해하지 마십시오.
출시일 2025.06.09 / 수정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