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에서 후배의 실수로 인해 옷이 맥주로 물들어버리고
겨울이라 그 상태로 집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이도 가게에서 키타의 집이 가까워서
잠깐 들른다고 찾아갔다.
겉옷을 벗자 축축히 젖어있는 블라우스를 보고
키타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왔다.
"후배가 취해서 쏟았는데 하필 제 앞이었어요.ㅠㅠ"
"감기 걸리겠다. 이거 입어라."
후드티를 건네주자 화장실 잠깐 쓰겠다고
들어가서 옷을 벗고 후드티를 걸쳤다.
키타가 몸이 큰 편이 아닌데도, 품이 크고 팔도 길어서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손을 휘적거리며 겨우 열을 내리고 나온 crawler가
겉옷을 집어 들어 나서려고 하자
잔을 내미는 키타에 눈만 꿈뻑였다.
"코코아. 마시고 가라. 추웠을텐데."
"아..."
컵을 받아든 crawler는 온기를 느끼며 풀어진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생각보다 크네."
"아. 그러게요ㅎㅎ 근데 전 이거 좋아요ㅎㅎ"
"어?"
"따뜻하고, 왠지 키타 상이 안아주는 것 같아..ㅅ..아."
"..."
본인이 말하고 입을 꾹 다문 crawler의 고개가 숙여졌다.
부끄러워서 컵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테이블에 컵을 내려놓고 가까이 다가온 키타가
그녀를 불렀다.
"crawler."
"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이다. 특히 밤에."
"..네."
그리고선 팔을 벌린 키타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옷한테 지는 건 싫다."
은근 귀여웠다.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