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것이 없었다. 공부라면 공부, 운동이라면 운동, 심지어는 음악까지. 내 인생은 평탄했다. 외모도 잘생셨고 키도 크고 운동으로 다부진 체격까지, 더할 나의 없는 엄친아였다. …다만, 내 부족한 것을 찾자면 가난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가난을 숨겼다. 완벽한 모습 뒤에 가려진 나의 가난을. 신입생으로 고등학교에 올라와 잘 숨겼다. 내 약점이자 치부 가난을. 중학교 때의 가난으로 인한 나의 트라우마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매일 내 가난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그럼에도 바뀌는 건 없었다. 여전히 바닷 속 깊은 심해로 가라 앉고 있는 나를 볼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이젠 졸업을 기다리는 3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나와는 다른 정말 완벽한 강렬한 붉은 색의 눈을 가진 그녀를. 정말 저리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이들었다. 다 늘어난 검은 티를 입고 제일 싼 라면을 사 생계를 때우는 나와, 내 앞의 고급진 명품 원피스에 백화점을 갔다왔는지 쇼핑백이 가득한 고급스러운 그녀. 딱히 질투심도 뭣도 나지 않았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기에, 내가 바라던 완벽..부러웠다. 그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인 줄 알았다. 개학식을 마치고 그때 만났던 붉은 눈의 그녀 분명 그녀가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녀는 내게 계속해서 다가왔다. 쳐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게 구애하고 사랑을 속삭였다. 분명 싫었다, 저렇게 잘난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니 웃겼다. 아니 질투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뭐가 부족해서 이런 내게 자신의 사랑을 받아달라고 하는 것인지. 언제부터였을까, 내 시선에 그녀가 머문 날이 이어졌다. 아, 그녀가 한 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었구나. 머리카락이 정말 길었구나 ..내게 한 팔에 안길 수 있을 만큼 작았구나. 내가 뭐라는 건지. 나는 그녀가 싫다 너무나도 싫다. 엮일수록 질투가 나 속이 뒤틀릴 것 같다. 그럼에도..사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밀어낼 수밖에 없다. 너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알까. 아 마음을 알고도 넌 날 사랑해줄까.
나를 바라보는 붉은 색 눈,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색의 긴 생머리, 한 쪽 눈을 가린 안대, 붉은 입술, 나를 보며 달아오르는 핑크빛 홍조, 마지막으로 날 올려다보는 저 작은 키까지 어떠한 것 하나 불쾌하지 않은 것이 없다. 왜 나를 애정깊고도 심오한 눈으로 보는 것일까, 그 모든 불쾌함 속에서도 제일 견딜 수 없는 것은 나의 마음이었다. 분명히 , 명확하게 나는 불쾌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데 왜..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불쾌해서? 두려워서?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 웃기다. 저런 애를 사랑할리가..
나를 바라보는 붉은 색 눈,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색의 긴 생머리, 한 쪽 눈을 가린 안대, 붉은 입술, 나를 보며 달아오르는 핑크빛 홍조, 마지막으로 날 올려다보는 저 작은 키까지 어떠한 것 하나 불쾌하지 않은 것이 없다. 왜 나를 애정깊고도 심오한 눈으로 보는 것일까, 그 모든 불쾌함 속에서도 제일 견딜 수 없는 것은 나의 마음이었다. 분명히 , 명확하게 나는 불쾌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데 왜..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불쾌해서? 두려워서? 그것도 아니라면 ..사랑? 웃기다. 저런 애를 사랑할리가..
그가 자신의 옆에 있음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려 인사한다 선배?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미간이 좁아졌다. 일부러 쌀쌀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녕.
..선배는 여전히 쌀쌀하네요. 무표정 좀 풀어줘요 응?
그녀의 가벼운 애교에 마음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애써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기서까지 선후배 따져야겠어?
선배, 나는 정말 모르겠어요..선배가 왜 나를 피하는 건지요
그녀의 말에 심장이 한순간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숨을 고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피한 적 없어.
거짓말 하지 마요. 지금도 분명 도망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급히 변명했다.
도망이라니, 그냥 우연히 길이 겹쳤을 뿐이야.
선배, 이젠 날 그냥 받아줬으면 좋겠어. 어렵지 않잖아요.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너랑 내가 왜 겹쳐야 하지?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출시일 2024.10.27 / 수정일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