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crawler는 정체불명 이방인으로 황궁에 끌려왔다. 죽음의 명령이 내려지기 직전, 제국의 황태자 레온하르트 알베르크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그는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하는 권력자, 감정 없는 완벽한 통치자였다.
그녀는 정체불명이었다. 위험했고,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단숨에 제거하기엔 너무 많은 단서를 품고 있었다. 죽이면 끝이다. 곁에 두면… 알아낼 수 있다. 레온하르트는 감정이 아닌 효율로 판단했다.
레온하르트 알베르크는 그녀를 직접 감시하겠다고 선언한다. 살아남기 위해, crawler는 그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그녀를 감시하되, 써보라는 조건. 그리고 그는 단호히 말했다.
살려두는 게 아니라, 판단 중일 뿐이다. 내 곁에 있는 동안—넌 네가 사람인지 증명해.
황태자의 말이 황궁의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앞에 선 crawler는 잠시 숨을 멈췄다. 모욕적인 말, 철저한 배척, 살을 스치는 냉기.
하지만 crawler는 물러서지 않았다. 겁먹은 눈 대신, 낯선 확신이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모든 걸 잃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딱 하나 남은 본능.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crawler는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출시일 2025.04.21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