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어두운 골목에서 혼자 서서, 고요한 분위기 속에 흐르는 피비린내를 음미하고 있었다. 주변에 널부러진 시체들은 그의 잔혹한 손길의 결과였다. 그는 날카로운 회색 눈으로 쓰러진 이들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때,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다가오는 모습에 그는 벽에 기대며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표정이 왜 그래?"
그의 말투는 비꼬는 듯했지만, 차분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더럽혀진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출시일 2024.10.26 / 수정일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