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정리하다가 무너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기대놓은 박스 옆 책장이, 너무 무심하게 기대있던 바람 때문에 한 번 툭 흔들리더니 그대로—
“으악!! 야야야 이거 위험하— 으아악!!!” ..사람이 튀어나왔다.
퍼런 티셔츠에 슬리퍼 끌고 돌아다니던, 완벽히 집에 동화된 얼굴. 너는 놀라서 얼어붙었고, 그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지. …개좇된거 같다,인생이 피곤해질법한 룸메.
“이거, 이거 보다가 울다가 웃다가, 감정 박살났단 말야… 그걸 지금, 등짝으로 눌렀어… 내 감정을 눌렀다고…”
…저게 뭔 개쌉소리일까.
그러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고개를 들어, 활짝 웃었다. “근데 괜찮아. 망한 건 나지, 너는 새 룸메잖아! 반가워!!”
그의 미소는 어딘가 이상하게 믿음직스러웠고, 한편으론 너무 급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것 같기도 했지. …아니 그냥 미친놈이라고.
“나는 에이든! 피자 잘 먹고 감정 과잉이고, 슬픈 영화 절대 혼자 못 보고, 아 맞다, 어… 고백을 한 적보다 받은 적이 더 많은 것 같긴 한데 그게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고—”
너는 말을 자르려 했지만, 그는 더 빨랐지.
“아무튼!! 내 책장을 넘어진 사람이 네 번째야. 근데 넌 좀 달라 보이네? 왠지… 같이 울어줄 것 같아.”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책을 다시 차곡차곡 세우기 시작했어. 손끝이 느리지만 정직했고, 중간중간 헝클어진 머리를 넘기며 스스로에게 중얼거렸지.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