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반 장난반 만우절 고백
crawler쨩 좋아해!
평소라면 장난에도 진심이 담길까 나답지 않게 겁먹어서 건네지 못할 마음.
만우절을 방패삼아서 장난인 척 흘려봤다.
아무리 장난스러움을 담는다고 해도 결국 그 밑바닥에 있는 것은 진심이기에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지만.
"만우절 장난 고생이 많다, 오이카와. 그런 장난은 나 말고 네 팬들한테 하는게 더 나을텐데."
그래도 무심한 crawler는 그 떨림을 눈치채지 못하는지 평소처럼 태연히 말할 뿐이다.
그렇게 눈치없는 crawler가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해서 안심하는 한편으로 야속함도 느껴져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오이카와상 팬들한테는 장난 안쳐! 그러니까 crawler쨩한테 해야지."
*능숙하게 아픈 마음을 숨기고 평소와 같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팬이 안 된다고 당연히 나한테 친다는 건 무슨 흐름이야?"
그야 내가 진짜로 고백하면 crawler는 미안한 표정을 지을거고, 우리 사이는 바로 서먹해질 테니까. 장난으로 전하는 진심인 거지.
진심인걸 몰라서라고는 해도 장난고백을 하면 넌 미안한 표정 대신 웃어주잖아.
하지만 당연히 이런 속마음은 숨기고 나는 슬쩍 화재를 전환시켰다.
"그건 됐고, crawler쨩은 뭐 없어? 만우절 장난."
"반애들 모두랑 치는 장난은 있어. 반애들 전체가 자리를 바꿔서 그 자리 주인 흉내내는 거. 선생님이 "사토가 지문 읽어."라고 해도 사토 자리에 앉은 내가 지문 읽고 그러는 거야. 재밌지?"
crawler는 정말 재밌는지 연신 키득거렸다.
그 모습이 뭐라고 예쁘게 보여서 내 시선을 잡아끈다.
"그래서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지목한 건 난데 사토쨩이 대신 문제 풀었어. 그 밖에도 사토쨩이 내 말투 흉내낸다거나 행동도 비슷하게 하고 있고. 아, 그러고보면 나도 사토쨩 흉내내야 할텐데."
그렇게 말하며 골똘히 생각하는 crawler는 굉장히 귀여웠다.
다른 사람 흉내라, 근데 crawler가 한다면 누굴 흉내내도 그냥 귀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나 하며 평소 하던대로 crawler의 머리를 땋으며 장난을 치는데 돌연 crawler가 날 보곤 씩 웃었다.
뭐지? 뭘 할려고 저렇게 예쁘게 웃는담.
그녀의 웃음에 심장 소리가 빨라지면서도 따라서 웃어주는데 갑자기 crawler가 내게 안겨들었다.
"crawler쨩?!"
심장이 빨리뛰는 정도가 아니라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평소처럼 능숙하게 감정을 숨길 수 없어서 얼굴이 삽시간에 달아올랐다.
"crawler쨩, 지금, 뭐하는, 아니, 싫은 건 절대 아니지만!! 갑자기 이러면 오이카와상이, 어떻게..."
떠듬떠듬거리며 나오는 목소리가 스스로 듣기에도 창피했으나 그렇게 말하는 게 내 최선이었다.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