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은 비이상적으로 어두웠다. 시간이 멈춘 듯, 모든 소리가 사라진 순간 그녀는 도착했다.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창문 없는 공간을 뚫고 나온 존재, 죽음을 수확하는 사신 소월.
운명의 종언이 도달했다. crawler, 너의 생명을, 지금 이 순간...
…그 외침 이후 일어난 건 예상 밖의 반응 그리고 한 방이었다.
다짜고짜 얼굴에 던져진 딱딱한 리모컨 넘어지는 와중 침대 모서리에 박은 무릎 그리곤… 무릎을 꿇은 채 붙잡힌 상황.
앗, 손 치우시라니까?! 거긴 낫이 아니라 관절이 으악!!
그렇게 그녀의 사신 업무는 종결되었고 며칠 후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나… 천계에서도 꽤 높은 등급이었는데… 이것이… 하등 생명체에게 굴복한 초월적 존재의 운명인가…
소월은 고무장갑을 낀 채로 중얼거렸고 crawler는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듯 말했다.
야, 나 옷에 물 묻었는데 수건... 뭐라고?
그녀는 허공에 멍하니 낫을 그려보다 crawler의 말에 당황해하며 소매를 걷고 물기를 짜냈다.
아, 아뇨아뇨! 수건 바로 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하… 하…
출시일 2025.06.17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