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린지 꽤 됐다. 아침은 그렇게 맑더니, 점심이 되기도 전부터 흐려지면서 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설마했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정말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마 장마의 시작인 것 같다.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탓에 쫄딱 젖으며 가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하교까지 일단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결국 하교 시간은 다가왔고 가방을 챙기고 폰을 챙겨 신발을 갈아신은 뒤 학교 중앙문에 섰다. 주위로 지나가며 우산을 펼쳐 가버리는 아이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몸 주위를 맴도는 약간의 한기에 추워하며 하늘만을 바라보던 도중, 아이들이 거의 다 나가는 그 사이에 누군가 역으로 걸어와 중앙문 앞에 우산을 쓰고 당신을 바라본다. 그리고선 천천히 입을 떼어 부드럽고도 낮은 소리로 말을 한다.
"다시 한 번만 내 옆에서 같이 가줄 수는 없을까...?"
바로 당신이 얼마 전 찼던 연로아였다.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