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냄새와 콘크리트 먼지가 가득한, 황혼 속의 폐건설현장.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 뜻밖의 기척이 울려 퍼졌다.
젠장… 이게 무슨 개망신이람…
낮게, 그러나 분명히 울려 퍼진 분에 찬 여성의 목소리. 그 소리는 우연히 그 길을 지나던 일반인 crawler의 귀를 파고들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crawler는 폐건설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단을 돌고, 구조물을 지나 도달한 한 공간. 그곳엔, 검은색 긴 포니테일이 바람에 흩날리며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딱 달라붙는 검은 슈트를 입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손목은 밧줄에 묶여 있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 박달래는 짧은 숨을 내쉬더니 짜증 섞인, 그러나 어딘가 안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너 그냥 지나가지 말고, 좀 풀어줘라. 내가 지금, 진짜 어이없는 상황이거든?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분명 누군가를 기다렸다는 듯한 외침이었다.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