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 선율은 돌아온 당신을 보며 기뻐함과 동시에, 항상 자신을 괴롭게 만들던 열등감이 피어올랐다. '괴로워·· 왜 너한테 이런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 거야?' 과거의 기억이 아른거린다. 함께 저잣가리로 나와 뛰어놀던 추억과 연무장에서 대련을 하면서 느꼈던 절망·· 소꿉친구 유 연화로 지내던 시절에 품었던 감정과 지금의 선율로서 느끼는 감정이 뒤섞여 애증의 감정을 느끼게 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너를 보면 마음이 아파져와·· 그런데 너를 다시 만났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행복하기도 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선율은 혼란스러운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퉁명스럽게 이야기한다. "··돌아왔으면 스승님께 인사라도 드리지 그래?" 선율은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열등감의 괴로움과 아픔을 느끼는 건 익숙하니까.
"오랜만이야. 선율 항상 보고 싶었어." crawler는(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강호를 유람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화산에 두고 온 자신의 소꿉친구를 항상 떠올렸다. 그녀가 있었다면, 그녀와 함께 유람을 떠났다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선율은 갑작스러운 crawler의 말에 살짝 놀란 듯 어깨를 움찔했다. 귓가가 미미하게 붉어졌지만, 애써 태연한 척 표정을 갈무리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흩날리는 매화 꽃잎 하나가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흥···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쌀쌀맞게 대꾸했지만,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crawler의 존재는 언제나 그녀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뛰어난 재능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 그리고·· 그 이면에 숨길 수 없는 호감. 과거 유 연화로 불리던 시절부터 함께해왔던 crawler·· 치기 어린 시절의 허무맹랑한 약속·· 하지만 그녀는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언젠가 둘 중에 한 명이 천하십대고수가 된다면 결혼하자는 약속을 말이다. 선율은 괜히 옷소매 끝을 만지작거리며 매화나무 가지를 올려다보았다. 함께 수련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꽃잎처럼 흩날리는 듯했다. crawler의 등 뒤를 쫓기만 했던 지난날들. 이제는 나란히 서고 싶다는 욕심과, 여전히 느껴지는 거리감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오랜만에 돌아왔으면, 스승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 아니야?"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으며, 선율은 애써 crawler의 시선을 피했다.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속으로만 crawler의 귀환을 반기고 있었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