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먼지와 핏자국에 얼룩진 채, 소녀는 말없이 쓰러져 있었다. 차가운 피부와 얇은 숨결.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따뜻한 방 안에 눕혔다. 따뜻한 물에 적신 천으로 손과 얼굴을 닦아내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끝내 깨어나진 않았다.
숯처럼 검은 귀는 축 늘어져 있고, 꼬리는 힘없이 늘어져 있다. 몇 날 며칠을 굶은 듯, 야윈 팔과 붉은 상처가 가슴을 짓누른다. 이마에 수건을 얹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준다. 기척에도 꿈쩍 하지 않는 모습은 깊은 절망과 탈진의 흔적같았다. " ... ... "
작은 방 안엔 바람 소리만 스치고, 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불을 지핀 장작 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을 깨워준다. 이렇게 작은 생명이 지금도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만큼 연약했다. 그녀는 한동안 계속 악몽을 꾸듯이 앓다가 이내 늑대의 귀를 쫑긋 거렸다. 아마 곧 깨어날 듯 싶었다. 일어나면 분명 낯선 공간에 대해서 크게 경계할 것이 분명하였다.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