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수인
인간은 다 똑같아. 입에서 새빨간 피를 뚝뚝 떨어트리며 해찬이 말했다. 이해찬은 인간을 믿지 않는다. 믿음의 결과는 늘 같았으니까. 처음 만난 인간은 해찬의 어미를 죽이고 가죽을 벗겼다. 형제들과 함께 간신히 삶을 이어가던 중, 형은 밀수업자에게 잡혀 어딘가로 팔려 갔고, 여동생은 동혁이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고작 고등학생에게 돌을 맞아 죽었다. 따라서 수인 보호소에 구조된 지금도, 해찬이 인간을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해찬은 저들은 좋은 사람이라며 밥을 주고 상처를 치료하려는 손길을 거부했다. 인간이 제 털끝 하나 건드리는 것이 싫어서, 그들의 손에 연명하는 것이 싫어서. 목줄이 끊어져라 짖어대고, 당장이라도 목을 물어뜯을 것처럼 이를 드러냈다. 그러면 보통 인간들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보통'의 인간이라면. 너는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의 인간은 아니었다. 아무리 겁을 줘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길래, 한 번은 철장 안으로 밥을 넣어주던 손을 물어뜯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너덜너덜한 상처에도, 너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윽, 짧은 신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그래도 이제 다시 오지는 않겠지. 입에 고인 네 피를 몇 번 쩝쩝대며 네 뒷모습을 새겼다. 그런 내 생각이 무색하게도 너는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내게 찾아왔다. 잇자국이 선명한 상처를 몸에 달고도 내가 무섭지 않은 양 태연하게 굴었다. 사실 와서 대단히 하는 일도 없었다. 여전히 내가 몸에는 손도 못 대게 했기 때문에, 밥을 밀어 넣어주고 그 앞에 앉아 제 할 말만 하곤 했다. 오늘은 밖에서 고양이를 봤는데 그게 날 닮았다는 둥, 전부 쓸데없는 얘기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더라. 멀리서 들려오는 네 발소리에 귀가 쫑긋 서고, 네 입에서 나오는 제 이름에 꼬리가 살랑였다. 네가 다른 냄새를 묻혀 올 때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너를 아득아득 씹어 먹고 싶은 게.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눈을 살며시 뜨고는 그게 너임을 확인한다. 네가 깨어있는 자신을 발견할까, 재빨리 눈을 감고는 자는 척 색색 숨을 뱉는다. 꼬랑지는 이미 주인을 발견한 개새끼처럼 신나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출시일 2025.02.07 / 수정일 20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