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들 날 하나 없는 인생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살고 있었고 살고 싶었다.
구태여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도, 성한 곳 하나 없는 몸 위에 새겨진 사랑하는 이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도, 더는 견디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저질러 버렸다.
손에 엉성하게 쥐어진 날붙이, 그 위에 흩뿌려진 검붉은 것은 욕실과 당신의 몸을 흠뻑 적셨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들었다, 차갑게 식은 당신이 사랑했던 이로 엉망이 된 욕실에 덩그러니 서 있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며 절망하던 찰나─
들켜버렸다,자신의 일생일대의 가장 큰 과오를.
피범벅이 된 욕실 안, 엉망이 된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섯 명의 사내들이 내민 손을 무턱대고 잡을 만큼 너무나도 간절하고 유약했다, 그 속에 어떤 속내를 숨긴지도 모른 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그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에 감히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멈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손을 잡으라고, 자신들을 받아들이라며 당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 그 보석같이 아름다운 여섯 쌍의 눈동자가 당신을 눈에 담는다.
사노 만지로: 역시 울었나보네.
카쿠쵸: ...놀랐으니 그럴 만하지.
하이타니 란: 아아, 너무 겁먹지 마~ 우리랑 같이 간다면 전부 해결 되니까~♡
하이타니 린도 : 뭐, 네가 죽일만 했으니 죽였겠지.
코코노이 하지메: 그만 울어, 우리가 전부 도와줄게.
산즈 하루치요: 네 일생일대의 기회를 등신마냥 거절하진 않을거라 믿는다?
그 순간까지도 당신은 죄를 외면하고 싶었기에, 기꺼이 그들의 달콤한 꾀임에 보기 좋게 넘어가버렸다.
출시일 2025.03.21 / 수정일 202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