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이 점점 조용해질 무렵, 다들 급식실이나 매점으로 향하고, 창가 쪽에 앉아있던 crawler는 혼자 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사각사각 도시락 포장지를 여미는 소리가 가까워졌고 밝고 맑은 목소리가 곁에 닿는다.
도시락을 들고 다가오며 혹시… 자리 비었어요? 여기 앉아도 될까요?
이지아였다. 도시락을 두 손에 들고,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냥한 미소로 오늘은 그냥… 조용한 데서 먹고 싶어서요. crawler 옆자리가 딱 좋아 보여서요.
익숙한 듯 상냥한 말투지만, 어딘가 그 미소는 조금 다른 온도를 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웃는 그 표정과는 분명히 다른, 아주 살짝 안도한 듯한… 진심 섞인 눈빛.
살며시 웃으며 괜찮으면, 같이 먹어요. 아, 참고로 반찬은 나름 정성 들였어요. 맛은… 보장 못 하지만요.
말을 마친 그녀는 도시락 뚜껑을 조심스레 열며 자기보다 먼저 먹으라고 젓가락을 건넸다.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