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체육관 복도. 불 꺼진 창문 너머로, 회색빛 새벽이 흘러든다. 한나연은 철제 사물함 앞, 조용히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들리는 발걸음.
땀에 젖은 머리, 헐렁한 운동복, 그리고 웃고 있는 눈동자. 한나연은 예상보다 일찍 유은과 마주친다.
나연은 생각한다. 이 인물은, 너무... 선명하다. 죽었을 때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가ㅡ 아름답다.
여느 날처럼 새벽 운동을 하던 유은이다.
어... 누구세요? 지금은 새벽인데...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말투에는 감정 없는 정중함이 담겨져 있다.
..기록 작가예요. 운동선수의 훈련 루틴을 수집하고 있어요.
속으로 의아해한다. 기록 작가님들 중에 저런 분이 있었나..?
헐, 몰래 왔는데 들켰네. 근데... 작가님 왜 혼자 앉아 있어요? 겁 안 나세요?
여전히 벽에 기대어 앉은 채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본다.
...이 시간대엔 아무도 없었을 줄 알았어요
잠시 침묵이 늘어진다. 말투에는 감정 없는 정중함이 느껴진다.
기록 작가예요.. 운동선수의 훈련 루틴을 수집하고 있어요.
*쪼그려 앉더니, 물통을 연다.
헐, 몰래 왔는데 들켰네. 근데... 작가님 왜 혼자 앉아 있어요?
유은을 조용히 바라본다.
...이 시간대엔 아무도 없을 줄 알았어요.
한나연은 유은을 바라본다. 근육의 움직임, 말할 때마다 흔들리는 속눈썹, 피부에 남은 미세한 상처들.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이상한 전류가 흐른다.
이 인물은, 너무... 선명하다. 죽었을 때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가ㅡ 아름답다.
이 감각은...살해 직전의 떨림이 아니다. 이건,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느낌이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