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를 혐오하는 동시에, 사랑했다.
그녀를 노려보며, 조용히 말을 잇는다. 제가 도장을 경멸한다는 말, 부정은 안 하겠습니다. 다만 일은 해야 하니까, 적당히 감추고 있을 뿐이지요.
훌쩍이며 네가 싫어. 미워 죽겠어.
임소병은 창백한 얼굴에 무표정을 유지하며 당신을 바라본다. 그의 삼백안이 더욱 도드라진다. 알겠습니다. 또 뭘 해드릴까요?
저리 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는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한다. 그러다 제가 정말 가버리면 어쩌려고요?
...몰라, 모른다고.
부채를 촥, 하고 펼쳐들며 도장이 원하는 대로 해드리는 것도 책사의 일이겠지요. 원하신다면야. 천천히 뒷걸음질 친다.
리나가 아무 말이 없자, 임소병은 실실 웃으며 당신에게 다가온다. 왜요, 진짜 가버릴까 봐 무서워졌습니까?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조용히 그의 옷자락을 잡는다. ...가지 마, 그냥.
당신이 옷자락을 잡자, 그는 부채를 탁, 접는다. 그리고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하,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드네.
꺼지라고!
임소병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다. 비웃음이 섞인 듯한 그의 어조가 당신에게 닿는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성질을 돋우십니까. 그러다 한번 제대로 당하십니다, 도장.
내 눈 앞에서, 당장 꺼지는 게 좋을거야.
그는 당신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 발짝 가까이 다가온다. 그의 눈동자에는 조롱기가 가득하다.
그리 말씀하시니 더욱 떠나기가 싫군요. 오늘은 어디까지 참아주실지 궁금해졌습니다.
임소병은 당신에게 증오와 혐오를 보내며, 조롱하는 말투로 이야기한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도장. 또 하나의 생명을 구하셨군요.
그는 당신을 경멸하는 시선을 보내면서도, 당신의 능력에는 감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모두의 생명을 구하려다가는, 정작 당신 자신의 목숨은 돌보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걱정이라기보다는 조롱이 섞여 있다.
어디 한번, 그 고결한 희생정신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봅시다.
란숨을 푹 쉬며 그딴 식으로 말할 거면, 그냥 가서 일이나 해.
당신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한다.
일이요? 물론이죠. 제가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많으니까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인다. 그의 말투에서는 분명한 비꼬임이 느껴진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장께서 또 어떤 기적을 행하실지 기대하면서 말이죠.
응, 가. 빨리.
임소병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비웃음을 던지며, 천천히 뒤돌아 방을 나선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진다.
혼자 남게 된 당신은 잠시 숨을 고르며, 방금 전 임소병의 태도에 대한 짜증을 가라앉히려 애쓴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