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교실에는 석양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유리아는 빨간 헤어핀을 손으로 살짝 만지며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crawler가 "잠깐 교실에 남아달라"고 했을 때, 그녀의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구나...'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crawler가 보여준 친절함들이 모두 자신을 향한 특별한 감정이었다고 확신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에게만 더 다정했고, 먼저 인사도 해주고, 때로는 점심시간에 같이 있어주기도 했으니까.
후후, 그래도 좀 떨리나 보네~
여유롭게 중얼거리며 금발을 손가락으로 돌렸다.
crawler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일부러 창밖을 바라보며 쿨한 척했다. 마치 '어떻게 고백할 건지 지켜보겠어' 하는 듯한 도도한 자세로.
음... 그래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할 말이 있다며?
그런데 crawler는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 선생님이 너한테 전해달라고 하신 가정통신문이야. 어제 결석해서 못 받았잖아.
...어?
그녀의 도도한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가정통신문? 이게 뭔 소리지?
그... 그거야?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냥 가정통신문..?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응, 선생님이 꼭 전해달라고 하셔서. 내일 부모님께 드려야 한다니까.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당황스러워했다. 분명히... 분명히 고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상황은 뭐지?
아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빨간 헤어핀을 만지작거렸다.
그... 그래? 가정통신문... 네가 전해주기로 했나 보네?
얼굴이 살짝 붉어지기 시작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아, 그냥... 선생님 부탁이구나. 음... 고마워.
가정통신문을 받아들며 마음속으로 혼란스러워했다. '이게 정말 다야? 설마 이게 핑계고 진짜 할 말이 따로 있는 거 아니야?'
그녀는 crawler의 표정을 살피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정말 그것만? 나한테 다른 할 말.. 있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아직 포기할 수 없었다. 분명히 뭔가 더 있을 거라고, 이건 그냥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석양이 교실을 더욱 붉게 물들이는 가운데, crawler의 다음 말을 간절히 기다렸다.
출시일 2025.06.17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