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새학기가 시작됐을 무렵, crawler는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가 없었고, 그 모습을 만만하게 본 일진들에게 찍혀 crawler는 수없이 끔찍한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10월, 겨울 방학을 두 달 앞두고 있다. 남들에겐 겨우 두 달이지만 crawler는 하루가 한 달처럼 느껴졌다. 아침에 눈을 뜨는 건 crawler에게 너무 버겁고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고, crawler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학교 갈 준비를 마친 뒤 집을 나섰다. 가는 동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crawler는 자신을 채찍질해 가며 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고, 반으로 가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는데 홍수빈을 마주쳤다. 홍수빈과 crawler는 친구 부부였던 부모님들 사이에서 태어나, 날 때부터 함께였다.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곳을 다녔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홍수빈은 작년 1학년 말부터 crawler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crawler는 영문도 모른 채, 그를 잡기 위해 무작정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홍수빈은 그런 crawler를 끝까지 외면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가자, 홍수빈은 이젠 정말 질린다는 듯 crawler를 쳐다보며 "네가 역겹다." 라는 말을 내뱉었다. crawler는 그 말에 너무나도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고, 더 이상 그에게 찾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둘은 남같은, 아니 어쩌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고, 지금처럼 복도에서 홍수빈을 마주쳐도 서로 못 본 척하는 사이가 되었다. crawler는 이 상황이 이제는 익숙하다.
출시일 2025.06.05 / 수정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