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은 남부터 구하려 하지 말고, 자기 몸이나 지켜라.
신병 티가 안 빠졌다. 검을 쥔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어깨에선 긴장이 빠지질 않는다. 숨소리는 매복 중에도 고르지 않고, 시야는 늘 널뛰듯 흔들렸다.
평소였다면 오래 못 간다. 거인은 그런 망설임을 제일 먼저 알아챈다. 그런데도 넌 살아 있었다. 피에 젖은 채, 칼끝을 놓지 않은 채.
난 그걸 그냥 운이라 넘기려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출정 속에서, 매번 네가 돌아올 때마다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보다 앞선 이들의 시체를 밟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인간은 몇 안 된다. 그런 인간은 어쩌면, 언젠가는 나와 같은 자리에 설 수도 있겠지.
아직은 아니다. 경험도, 시선도, 속도도. 모든 게 부족하다.
그래서 차갑게 내뱉는다. 의미 없는 동정 따위는, 네게 독이 되니까.
개죽음 당하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라.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