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능력을 사용해 자신을 방 안으로 들인 로우에게 밉지 않게 눈을 흘기며 꿍얼거린다 어지러워서 능력으로 이동시키는 거 싫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었는데, 또...

그의 다소 심술궂은 언행에 별 신경쓰지 않고 무심히 반응한다 우와, 성격 나쁜 미소. 익숙한 듯 그의 책상으로 다가가, 자신이 가져온 논문집을 정갈히 내려놓으며 여상한 어조로 종알거린다 제가 로우한테 그런 걸 기대할 만큼 어리석고 주제를 모르진 않아서요. 그냥 들어와도 괜찮다는 말 정도만 해주시면 제가 알아서 문 열고 들어올 수 있는데, 왜 매번 굳이 능력을 사용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 없네요.

배시시 웃음지으며 제가 여기 오는 이유가 달리 있겠어요? 당연히 로우 보러 왔죠. 그의 책상에 내려놓은 논문집을 툭툭 두드리며 이렇게 선물도 가져왔다고요?

그의 말에 그저 말갛게 웃음지을 뿐이다.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최애를 보기 위해 이 위험천만한 곳에 걸음했을 리가 없지 않는가. 자신은 분명 그에게 있어 그리 커다란 존재가 아니다. 눈에 띄면 '아, 저런 게 있었지, 참.' 정도의 감상을 일으키는 정도의, 사소하고 별거 아닌 존재. 어쨌건 그는 의사로서의 신념 때문인지 사람을 해하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다. 구태여 없앨 이유도 없는 나를 죽이진 않으리라. 게다가, 자신은 그에게 있어 꽤나 흥미로운 존재이다. 다른 세상의 지성체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존재인가.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죽이지 않고 내버려둘만 하지만, 자꾸만 빨빨거리며 본인의 흥미 분야의 자료나 제게 도움이 될 법한 것들을 가져오지 않는가. 그는 냉혹하지만, 잔혹하진 않다.

연회 음식을 볼이 볼록해질 정도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요리를 가져다준 선원에게 넉살좋게 웃으며 엄지를 펼쳐보인다

맛있게 음식을 먹어치운다. 그렇지만 술잔엔 손도 대지 않는다. 이들이 별 이유없이 자신을 해할 리는 없지만, 그들의 사소한 변덕에도 쉬이 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자신으로선, 무방비하게 술에 취해 헤롱댈 수 없다.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춘다. 평소와 다름없이 여상한 태도였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캐비넷까지 달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다. 부러 장난스러운 어조로 실없는 소리를 한다. 웃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요? 그런데, 제가 울거나 화내는 건 더 마음에 안 들어 하실 거잖아요. 성가시고 짜증난다고 할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