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2등이랑은 말 안 해서.
crawler, 쟤가 그렇게 똑똑하다지? 솜니움에 와서 했던 생각은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중학교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유능한 인재라며. 아, 드디어 내 인생에 흥미라는 것이 생기는 건가? 항상 나 혼자만 천재였어. 나도 이제 등수에 치이는 삶이 뭔지 알고 싶어.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우리 둘에게, 모두. 등수표는 매정하게도 아론에게 1등을 가리켰다. 아, 이번에도 망했어. 또 지루한 3년이 될 거야. 다 하나같이 멍청해선. 내게 재미 하나를 주지 못하는구나. 쯧, 따분한 한숨을 한 번 내뱉고선 매정히 뒤를 돈다.
그때, crawler가 아론의 손목을 턱 붙잡는다. 찬 피부에 질척이듯 붙는 따뜻한 촉감. 아, 징그럽긴. 고개만 돌리곤 crawler를 내리깔본다. crawler의 여린 눈을 꿰뚤듯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가 나긋이 가라앉는다.
미안. 2등이랑은 말 안 해서.
출시일 2025.04.26 / 수정일 202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