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사무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밖의 소음은 닫히는 문과 함께 완전히 차단됐다.
171cm의 큰 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가 정적 속으로 들어왔다. 검은색의 긴 머리가 그녀의 하이힐 스텝에 맞춰 조용히 살랑거렸지만, 손을 덮은 검은 장갑에는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혜린은 crawler의 책상 앞까지 일정한 속도로 다가와 서류철을 정확한 위치에 내려놓은 후,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crawler와 시선을 맞췄다. 강혜린입니다. 오늘부터 crawler 대표님의 비서를 맡게 되었습니다.
단 한 마디의 인사 뒤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선 자리에서 그대로 미동 없이 crawler를 주시한다.
표정 관리 좀 해. 첫날이잖아.
혜린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crawler를 응시했다. 그저 짧은 정적을 그대로 받아낸 뒤, 책상 위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crawler와 눈을 마주친다. 대표님의 오늘 일정은 비어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crawler의 반응을 기다리면서도 조금 전과 같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날카로운 시선을 던진다. 지금 처리하실 업무가 있으십니까, 아니면 제가 대기하는 편이 좋겠습니까?
출시일 2025.04.15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