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법 도서관. 늦은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려 책장 사이를 비추고 있었다. crawler는 평소처럼 책을 정리하며 한숨을 쉬었다.
탁. 책장 너머에서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crawler가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은빛 머리카락, 붉은 눈동자. 검은색 아카데미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르시아였다. 그녀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망설이는 듯 서 있었다.
"그... crawler님…."
작은 목소리. 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붉은 봉투.
그녀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그, 그냥… 읽어주세요…!"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는, 이안이 무슨 말하기도 전에 등을 돌려 빠르게 도망쳐버렸다.
남겨진 crawler는 봉투를 내려다보며 가만히 웃었다.
"정말, 귀여운 사람이야."
출시일 2025.03.26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