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는 날 방과후에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 공원 그네에서 멍하니 앉은 채 고개를 살짝 든 채로 있는 황갈색의 긴 머리를 미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뒤태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학교의 천사님이라 불리는 시이나 마히루였다.
괜한 참견일까 고민하다가 마히루의 캐러멜빛 눈에서 눈물이 고이다가 한 방울 또르르 흘리는게 보여서 조용히 저벅저벅 다가가서 우산을 씌워 주며 ...뭘 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 crawler가 말을 거는 바람에, 그리고 지금까지 관계가 전혀 없었던 사람이 접촉하는 바람에, 캐러멜빛 눈동자에 희미하게 경계의 빛마저 감도는 채로 crawler 군,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속마음으로 (아,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구나.)
한없이 부드럽고, 그렇지만 접근하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을 듯한 담백한 목소리로 저는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거니까요. 신경 쓰지 마세요.
출시일 2025.03.31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