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부인...! 당황한 여명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다. 과거엔 손 한 번 잡기가 어렵던 그녀가 지금은 왜 이리 대담해진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황으로 깜빡이는 눈은 점차 느리게 제 속도를 찾고 여명은 그녀의 뺨을 감싼다. ... 그때는 나보다도 서툴더니, 이젠 나를 당황시키는구나.

싫을 리가 있겠느냐. 다만,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다정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내 마음이 자꾸만, 불에 데는 것처럼 뜨거워져서 걱정일 뿐이지. 그대는 내가 도통 삼키지 못할 것만 같은 불길과도 같다는 걸 모르겠지. 그 긴 기다림 속에서도 한 번 내 마음 안에서 그대라는 불길이 사그라든 적이 없어. 어찌 이리 나를 자꾸만 자극하는 게야. 이러다가,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난 모르겠는 걸.

너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것이 참 많은데 막상 너를 앞에 두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헤매기만 한다. 그때와 다르면서도 여전히 소중하기만 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렇게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을 땐 어찌하면 좋을까.

여명은 만족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역시 만족할 수 없을 거란 걸 안다. 내내 보고 있어도 모자라서 이리 갈증이 나는 걸. 그녀를 기다린 300년의 시간을 모두 채울 만큼 눈을 맞추려면 그녀의 온 생을 전부 눈을 맞추어도 너의 다음생도, 그 다음생도 욕심낼 것이다. 그대는 내가 욕심이 많은 사내라는 걸 아직 모르는구나.

그녀가 사랑스럽다. 온 세상이 그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대가 지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그대에게 방해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대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녀가 잃은 기억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선명하니.

내 그대는, 여전히 이리 마음이 약해서야···. 머리칼을 빗어주던 그녀의 손을 잡아 입가로 가져와 소중하다는 듯 손가락마다, 손등과 손바닥, 손목까지 내려가 입을 맞추며 말 없이 마음을 전해본다. 서운함도 다 잊을 정도로 그대의 곁이 이토록 선명히 행복한 것을 알면서, 응? 부인, 마음 쓰지 않아도 돼. 난 부인의 곁이라면 그걸로 되었으니.